깜찍한 소녀 엠마 이야기 10

펍 안의 분위기

엠마는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밖에서 보기보다 안은 무척 넓고, 빨간 의자들 그리고 커다랗고 빨간 불빛이 번쩍번쩍했습니다. 아무도 듣고 있지 않는 것 같았으나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작은 테이블이 몇 개 있고 드문드문 손님들이 앉아 있었지만 아무도 서로 이야기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엠마는 펍에서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모두 유쾌한 듯이 큰 소리로 웃거나 유리잔을 손에 든 채 일어서서 마치 무슨 대회라도 하는 것처럼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늘 그렇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금발의 미인이 있어서 마실 것을 나르고 있었습니다.

베라를 만난 엠마

그런데 이 펍에서는 나이가 드신 할아버지가 퍼거스에게 자전거를 닦을 때 엄마가 건네주시는 것과 같은 아주 오래된 행주로 테이블을 닦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어쩌면 여기는 펍이 아니라 노인 학교 같은 곳에 내가 잘못 들어온 것인지도 몰라.' 엠마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마 저 할아버지는 장난을 너무 많이 해서 벌로 테이블을 닦고 있나 봐.' 이렇게 중얼거린 엠마는 그때 비로소 한쪽 구석의 큰 테이블에 베라가 친구들과 함께 앉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베라와 함께 있던 남자 친구들 중의 한 사람이 엠마를 향해 오라고 손짓했습니다. 그 남자 친구의 이름이 마틴이라고 하는 것은 그 아이가 베라의 남자 친구로 곧잘 집에 놀러 왔기 때문에 엠마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베라의 남자친구

베라의 남자 친구는 12명 정도 있었는데 마틴은 그중에서도 괜찮은 편이었으므로 엠마는 그 자리까지 걸어가서 모두와 함께 앉았습니다. 베라는 묘한 얼굴을 하고 엠마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과연 탄로가 날 것인가? 만일 내 정체를 알면 어떻게 하지? 엠마는 너무나 걱정이 되어서 가슴이 두근두근했습니다. 그러나 베라는 생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멋있는 코트구나. 나도 그것과 비슷한 것을 시장에서 사 왔는데 내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어. 그런데 너에게는 참 잘 어울린다." "고마워." 엠마는 만족한 듯이 미소를 가득 지으며 말했습니다. "어젯밤 학교에서 연극할 때 너를 만났던가?" 마틴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습니다. "그런 건 알 필요 없잖아?" 어머니는 언제나 아이들에게 이런 말투를 쓰지 말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하시지만 여기에는 그 잔소리꾼 어머니는 계시지 않습니다. 펍에서는 자기가 이야기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펍이 있는 거니까.
"그럼 어느 쪽이든 간에 만났겠지. 너는 무엇을 마실래?" 마틴이 물었습니다. 엠마는 열심히 생각했습니다. 좋아하는 음료는 사실 탄산음료지만 여기는 탄산음료나 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빨대를 넣은 콜라

"나는 그냥 콜라를 마실래."
"어떻게 마실 거니? 위스키를 넣어서? 아니면 진을 넣어서 마실래?" 마틴은 무척 친절합니다.
"나는 빨대를 넣어서 마실래." 모두들 일제히 웃기 시작했습니다. 마틴 같은 아이는 벌써 감격했습니다. "빨대를 넣은 콜라라고? 그것 참 재밌는 말이다. 센스가 좋은데? 내가 생각해 냈어야 하는 건데. 빨대를 넣어서 마시는 편이 단숨에 마시는 것보다 오랫동안 즐길 수 있겠다." 엠마가 맛있게 빨대로 마시고 있는 것을 보고 전원 다 마틴에게 빨대를 가져오게 해서 술을 빨대로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을 본 옆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빨대로 마시기로 했습니다. 
빨대로 음료수를 빠는 그 시끄러운 소리란. 엠마는 할아버지를 바라보았습니다.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이 할아버지 한 사람뿐인 것 같았습니다. 빛나는 영국 펍의 전통이 더럽혀졌다고 한탄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자기에 대해서 재미있다고, 독창적이라고 모두들 그렇게 말해주자 엠마는 무척 기뻤으나 곧 화제가 시험 이야기로 바뀌었습니다. 이 정도로 지루한 이야기도 다시 없었으므로 엠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펍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펍이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 곳인지 알아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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