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한 소녀 엠마 이야기 11

펍을 구경하는 엠마

구석 쪽으로 반구 모양의 투명한 커버가 씐 키가 낮은 자동판매기 비슷한 것이 놓여 있었습니다. 흔히 있는 과일 머신인데 돈을 넣으면 투명한 커버 속의 과일이 빙빙 돌아서 운이 좋으면 돈이 불어나게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휴가 때 할아버지와 함께 바닷가에 가서 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도박은 금물. 그 대신 카운터에서 몸을 내밀고 보니 몇 개의 손잡이가 달린 기구가 있었습니다.

엠마의 실수

"이게 뭐지?" 시험 삼아 손잡이를 꽉 쥐고 아래로 확 밀어 보았습니다. 슉 하고 굉장한 소리가 나며 맥주가 쏟아져 나와 바텐더의 발에 주르륵 쏟아졌습니다. 
"구두가 흠뻑 젖었잖아. 비싼 허시파피 가죽인데. 이것 봐." 바텐더는 몹시 화를 냈습니다.
"흠뻑 젖은 퍼피라고요? 이미 흠뻑 젖은 강아지가 돼 버렸는데요."
"너 몇 살이지?" 바텐더는 의심스러운 듯이 엠마의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열여덟 살로는 보이지 않는데."
자신만만한 척했지만 걱정이 되었습니다. "열일곱 살 이하는 절대 들여보내지 못하게 되어있어. 경찰에서 강력히 단속하고 다닌다고." 
"어머 열일곱 살 같은 것은 벌써 몇 년 전의 일인 걸요." 엠마는 그렇게 말하면서 모피코트 앞을 꼭 여미고 세 개의 단추가 잘 채워져 있는가 확인했습니다. 하이힐을 신은 발로 있는 힘을 다해 재빨리 걸어 한쪽 구석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베라와의 대화

베라는 아직도 시험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어. 그런데 우리 집에서는 차분히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안 돼. 토실토실 살이 찐 내 동생이 방해를 하거나 아니면 시끄럽게 떠들어서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
"뚱뚱하지 않던데!" 엠마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항의했습니다. "어머, 그걸 어떻게 아니? 너는 내 동생을 만난 적이 없잖아." 베라가 말했습니다.
"그래. 만난 적은 없어. 하지만 슬쩍 보기에 통통해 보이던데."
"그럼 역시 뚱뚱하다고 하는 얘기구나. 통통하다는 것은 뚱뚱하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니?"
마틴이 끼어들었습니다. 엠마는 소리를 내어 웃었습니다. 이런 농담을 아주 좋아하는 것이었습니다. 베라의 남자친구로 두기에는 마틴이 좀 아까운 것 같았습니다.

친절한 마틴

발을 쭉 뻗고, 얼마나 길고 가는가 하고 엠마는 자신의 다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네가 이 근처에 살고 있는 줄은 몰랐어." 베라는 일부러 마틴 쪽을 보지 않고 엠마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이 근처에 살고 있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어." 엠마는 대답했습니다.
"어느 학교에 다니니?" 베라가 물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일을 그렇게 캐묻는 것이 아니야." 마틴이 도와주었습니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이야." 모두들 배를 쥐고 웃었습니다. 다만 베라만이 엠마가 마음에 걸리는 듯 전에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나 하고 열심히 생각해 내려는 눈치로 엠마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이름은 뭐니?" 또 베라가 물었지만 거기에 답할 틈도 주지 않고 마틴이 "전화번호는 몇 번이니?"하고 물었습니다. 

베라의 의심

모두들 엠마의 이야기를 믿는 눈치였지만 베라만은 여우에게 홀린 듯한 얼굴로 무엇인가를 생각해 내려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남자아이들 중 하나가 "우리 각자 부담해서 맥주로 한턱 내지 않을래?"라고 말을 꺼내고 엠마가 거절할 틈도 없이 맥주를 가지고 와 버렸습니다. 유리잔 안은 작은 거품 같은 것이 가득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엠마는 그것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맥주라는 것을 맛본 적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