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한 소녀 엠마 이야기 15
아픈 베라
"엠마, 베라가 잠을 푹 자도록 낮 동안 얌전하게 있을 수 있지?"
"그러면 저는 이 프로가 끝나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밖에 나가서 놀게요. 그리고 저녁때까지 들어오지 않을게요. 그럼 됐죠?"
"어머나, 엠마. 참 착한 아이로구나. 엄마는 기분이 이상할 정도란다."
엠마는 좋아하는 프로가 끝나자 바로 일어서서 계단을 올라가 베라의 방 앞 까지 가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베라가 눈을 뜨고 무엇을 찾을 때 아래까지 들리도록 문을 약간 열어 놓았습니다.
다시 찾은 베라의 방
엠마는 문틈으로 얼굴을 살짝 들이밀고 방 안의 동정을 살폈습니다. 베라는 훨씬 전부터 침대에서 자지 않고 바닥에 요를 깔고 자고 있었으므로 어디에 베라가 있는지 알아 내기란 보물 찾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나도 바닥에서 자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내가 이야기하면 엄마는 또 엉뚱한 소리라고 하실 거야. 이런 불공평한 일이 어디 있담." 엠마는 입을 삐쭉 내밀었습니다. 방바닥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쿠션과 한 뭉치의 베개화 잔뜩 쌓아 놓은 옷, 그리고 마네킹이 있었습니다.
"마치 많은 사람들이 서로 뒤섞여 자고 있는 것 같아." 그 틈에서 겨우 베라를 찾아냈습니다. 베라는 곤히 잠들어 있습니다.
코트를 다시 입다.
엠마는 정신을 차려서 가득 쌓여 있는 잡동사니를 넘어 그 튼튼한 코트 걸이에서 베라의 모피코트를 벗기자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때마침 휘드는 아버지와 함께 산보하러 나가고 없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멍멍 짖고 큰 소란을 피워서 엠마의 그 엉뚱한 계획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겠지요. 엠마는 현관에서 나와 돌층계에 멈춰 서자 전의 그 모피를 살짝 입어 보았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호화롭고 두껍고 사치스러운 코트입니다. 아래서부터 차례로 단추를 잠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일 위의 단추를 채우고 눈을 꼭 감으며 엠마는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부디 베라와 똑같이 키가 크고 멋있는 열여덟 살의 아가씨가 되었으면. 그리고 멋지고 즐거운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기를." 지난번처럼 코트 속에서 몸이 쑥쑥 커지는 듯한 어쩐지 마법에 걸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시 열여덟 살이 된 엠마
두려워하면서 눈을 뜨자 아주 잠깐 사이에 나이는 배가 되고 열여덟 살의 아름다운 엠마로 변해 있었습니다. 이것이 마법이라면 그리고 몇 번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기적이라면 계속해서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밖에서는 우유 배달부 아저씨가 우유와 오렌지 주스를 옆에 끼고 현관을 향해 들어오던 참이었습니다. 갑자기 우유 배달부 아저씨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손에 든 것을 떨어뜨릴 뻔했습니다. "어? 이상한데. 분명히 지금 현관에서 아홉 살 정도의 귀여운 안경 낀 여자아이가 나왔는데 연기처럼 없어져 버렸어. 도대체 그 아이는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어쩌면 안경을 팔지 않으면 안 됐는지도 몰라. 이런 불경기에 너무 고급스러운 안경이야."
엠마의 아르바이트
엠마는 좁은 길을 달려 큰 길로 나왔습니다. 매주 토요일에 베라가 아르바이트하는 곳은 몇 번인가 어머니와 함께 간 적이 있었으므로 잘 알고 있었습니다. 햄버거 레스토랑으로 엠마가 제일 좋아하는 곳입니다. "베라가 아파서 저에게 대신 가 달라고 부탁을 해서." 엠마는 햄버거 레스토랑의 젊은 지배인에게 말했습니다. 지배인은 무척 기뻐했습니다.
"그것참 잘됐군요. 사실은 베라의 어머니로부터 결근한다는 전화를 받고 대신 일할 사람을 찾았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곤란했던 참이었어요. 더러워지면 안 되니까 그 비싼 코트는 벗고 이 앞치마를 두르고 즉시 일을 해 줘요."
엠마는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일단 모피코트를 벗기만 하면 가면이 벗겨지고 눈 깜짝할 사이에 아홉 살의 엠마로 돌아가 버릴 것이 뻔합니다. 그렇게 되면 화려한 웨이트리스로 일하면서 하루 종일 포테이토 칩을 집어먹거나 많은 돈을 받거나 할 수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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