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한 소녀 엠마 이야기 4

베라와 친구들

엠마는 그 베라의 친구들 얼굴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나 문 뒤에 숨어서 살짝 들여다볼 뿐, 물론 소개받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베라는 혹시나 엠마가 자기와 친구들이 하고 있는 일을 어머니께 이르지는 않을까 하고 의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잠깐 나갔다 와도 돼요? 엄마." 
거실 문으로 고개를 쑥 내밀고 베라가 물었습니다.

베라의 외출

엄마는 허락해 주셨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해라. 하지만 늦게까지 있으면 안 돼."
"마지막에는 술집에 가게 될 것 같아요. 11시 전까지는 들어오도록 하겠어요. 약속할게요."
그렇게 말하고 베라는 실크 스커트로 갈아입고 금 팔찌를 번쩍거리며 밖으로 나가 버렸습니다. 2층에 올라가 있던 아주 잠깐 사이에 베라가 그렇게 기발한 옷으로 갈아입은 것을 엠마는 눈여겨보았습니다. 게다가 화장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에게는 그냥 넘어간 것 같지만 엠마의 눈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똑같은 형제인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베라는 저렇게 멋을 부리고 나가는데 나는 어리다는 것뿐으로 8시만 되면 잠옷으로 갈아입어야만 하다니 이럴 수가 있나?'
엠마는 또 뾰로통해졌습니다.

엠마의 꾸밈

베라는 한껏 모양을 낸 데다 짤랑짤랑 소리 나는 귀걸이까지 늘어뜨리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긴 귀걸이라서 땅에 닿을 정도였습니다. 거기에 걸려 넘어져서 구르기라도 하면 기분이 좋을 텐데. 엠마는 딱 한 번 화장을 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생일 파티가 열리는 날로 엠마는 마녀의 분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다음 날까지 친구들에게 보여주려고 그대로 하고 침대에 들어갔는데 어머니께 들켜서 싹 지우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입니다. 열여덟 살이 되면 우선 제일 먼저 머리를 핑크빛으로 물들여야지. 엠마는 자기 머리가 가는 데다가 흐늘흐늘해서 아무리 해도 모양이 예쁘게 되지는 않는다고 전부터 비관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물들이는 방법밖에 다른 수가 없었습니다.


베라의 머리색

베라의 머리는 벌써 일곱 가지 색깔로 물들여져서 원래의 분홍빛이 그림물감 뚜껑에 칠해져 있는 분홍빛도 아닌 이상한 색으로 변해 있었던 것입니다. 전에 한 번 녹색으로 물들이고 난 후 그 안에 드문드문 노란 머리카락이 섞여 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실수로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노란색 속에 녹색이 섞여 있어야 했던 것입니다. 


심심한 엠마

엠마는 혼자 거실에 서 있었습니다. 베라와 그 친구들이 나가고 한참 지났는데 아직도 짙은 향수 냄새가 배어 있었습니다. 
"엠마, 피아노 연습은?"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피아노 따위는 정말 싫어. 이젠 그만둘 거야."
"엠마, 편지는 벌써 썼니?"
"네, 썼어요. 하지만 쓰고 나서 전부 휴지통에 버렸어요."
엠마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러면 그림 붙이기를 해 보면 어떻겠니? 이미 한 지도 오래됐잖니."
"그런 것은 바보 같은 어린아이들이나 하는 거예요. 이젠 하지 않을래요. 그림을 그리는 것도 시시해요. 이 집 사람들은 모두 바보예요. 그리고 나에게 다들 심술 맞게 대해요."
엠마는 쿠션 위에서 물구나무서기 흉내를 내면서 모두에게 자기가 짜증 난다는 것을 알리려고 일부러 큰 소리를 내며 마루에 떨어졌습니다. 필기도구를 책상 위에서 떨어뜨리고 방의 저쪽까지 몇 번이나 옆으로 재주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쿵쿵 소리가 났습니다.
엠마는 너무 심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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