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한 소녀 엠마 이야기 7
베라의 코트
마네킹 인형의 옆에 단단한 목재 코트걸이가 있었습니다. 구식 옷걸이로 화려한 분홍색으로 칠해져 있고, 베라의 낡은 코트가 열 벌 정도 겹쳐져 걸려 있었습니다. 제일 위에 엠마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모피 코트가 걸려 있었습니다.
"나는 시장에서 헌 옷을 사다가 우연히 싸고 좋은 물건을 발견하면 다른 여자아이들이나 아주머니가 서로 다투어 빼앗아 버린단 말야."
모피코트
엠마는 전에 베라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베라가 집에 돌아올 때마다 엠마는
"오늘은 뭘 사왔어?"
베라의 주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눈을 반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사왔는지 대강은 기억하고 있는데 이 모피코트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이었습니다. 모피코트는 어두운 색으로 빛나고 있었지만 완전히 검은 색은 아니고 검은 세로 줄무늬가 많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것은 호화로운 것으로 옛날에는 곰이 입고 있었던 것, 아니 억만장자가 된 검은 곰의 주인이 입었던 것 같았습니다. 엠마는 코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습니다. 실크같이 매끄러운 표면에 이상한 형태가 생겨난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입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리저리 쳐다보고 있으니까 다른 무엇이 엠마를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면 단지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일까요?
코트를 입어보고 싶은 엠마
코트를 입어볼 수는 없을까? 입어도 괜찮을까? 베라가 자기가 없는 사이에 이 옷을 입었다는 것을 알면 얼마나 화를 낼까?
"지금쯤 베라는 친구들과 신나게 떠들고 있을 거야. 그리고 집에서는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잖아."
엠마는 문 쪽으로 다시 가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아래층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무언가를 킁킁하며 냄새를 맡고 돌아다니는 것 같은 휘드의 가느다란 콧김 소리뿐. 게다가 휘드는 2층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것입니다. 엠마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쌓아 놓은 것을 조심스럽게 밟고 넘어가 모피코트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만지기만 한다면 아무런 해도 되지 않겠지? 오히려 좋은 일을 해 주고 있는 것이야. '베라는 나에게 고맙다고 할지도 몰라. 이렇게 털의 결을 가지런하게 하고 반짝반짝 윤이 나게 해주고 있으니까 말이야. 어쩌면 용돈을 줄 테니까 여기 와서 모피 손질을 해 달라고 할지도 몰라.' 재미있는 생각을 하고 있던 엠마는 갑자기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아니야. 물론 그런 일은 절대 없을거야. 베라는 언제나 나에게 심술궂은 일만 하니까. 자기 것에는 손도 못 대게 하고 너무한다니까.'
너무 예쁜 코트
아래층은 이제 완전히 조용해졌습니다. 휘드도 밥을 받아먹고 다시 잠들어 버린 것이겠지요.
'코트는 입기 위해서 있는 것이야. 입어 주는 것은 코트에게도 가장 친절한 것이야. 겨우 2,3분 인데 뭘. 언제나 여기 걸려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무 데도 가지 않다니 코트는 아마 틀림없이 쓸쓸할 거야.' 바짝 정신을 차리고 엠마는 조심해서 코트를 벗겨 냈습니다. 생각했던 것만큼 무겁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긴 해도 품도 크고 길이가 너무 길어서 엠마가 어떻게 할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바닥에 옷자락이 끌릴 줄은 이미 알았지만 엠마는 입어 보기로 했습니다. 한 번만 빨리 아무도 모르게.
'아! 난 이런 코트가 정말 좋아.' 코트 속에 작은 몸을 푹 파묻고 엠마는 꿈을 꾸는 듯한 황홀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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