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한 소녀 엠마 이야기 9

어머니도 못 알아보는 엠마

"엠마는 벌써 자니?"라고 어머니가 물었습니다. "네, 푹 잠들었어요." 대답을 하면 탄로날까 생각했지만 모습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열여덟 살 소녀의 것으로 변해 있었으므로 엠마는 안심하고 한 마디 쓸데없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저도 그 나이 때 이렇게 밤늦은 시각에는 세상 모르고 잤어요." 어머니께서는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2층에 올라갈 때 기분이 좀 나빴었거든. 금방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 애가 언니인 베라는 밖에 나가서 재미있게 노는데 자기만 방에 가서 자라고 하니까 화나서 가 버렸어."

아버지의 미소

"그랬군요. 저도 그 기분 잘 알아요."
마루를 지나 현관 쪽으로 걸어가는데 문이 열리고 아버지가 들어왔습니다. 아버지는 엠마를 보자 싱긋 웃으시고 정면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 소녀가 자기 딸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 왜 웃으시는 것일까? 이상한데. 강아지 휘드가 아버지를 반기러 뛰어나오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엠마의 주위를 반갑다는 듯이 맴돌았습니다. 모피코트를 더럽히지는 않을까, 찢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엠마는 매정하게 휘드를 쫓아 버렸습니다. 
"어? 이것 참 희한한 일이군."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이 강아지는 모르는 사람에게는 좀처럼 다가가질 않는데. 아니 물론 네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는 뜻은 아니지만 전에 우리 집에서 본 적이 있었던가? 이름이 뭐라고 했지?" 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저 지금 빨리 가야겠어요. 친구들을 만나야 하거든요. 안녕히 계세요."
부부는 어쩐지 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재빨리 서로 마주 보았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그 소녀에게 친근한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전에 어딘가에서 만난 적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집에서 도망나온 엠마

현관에서 급히 뛰어나온 엠마는 문에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습니다. 신고 있는 구두의 뒤축이 가는 데다가 너무 높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구두를 신은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으므로 무리가 아닙니다. 집 쪽에서 누가 보고 있지 않으면 좋을 텐데. 뒤돌아보니 문 있는 곳에서 작고 부드럽고 코 위에 검은 수정 같은 눈이 엠마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곧 뒤에서 잡아당겨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문이 닫히고 말았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어린 소녀의 정체는 무엇인지 휘드만은 알아챈 것입니다. 아니 알아챘다기보다 속아넘어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엠마의 본격적인 외출

"나는 지금 열여덟 살이니까 당당하게 어디든지 들어가도 좋을 거야. 게다가 키도 이렇게 큰걸." 엠마는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멋진 모피코트를 양손으로 꽉 쥐고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걸으면서 울타리와 담장 너머로 다른 집의 현관과 정면으로 보이는 창문 등을 바라보았습니다. 이렇게 잘 보이는 것은 처음입니다. 하이힐의 높이가 이 정도로 편리한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던 일입니다. 한 사람 두 사람씩 남자들이 미소를 보내며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미인이 되면 이렇게 인기가 있는 것일까? 이것도 새로운 발견. 그러나 립스틱이 지워지지는 않을까, 귀걸이가 소리가 나지는 않나 하고 신경이 쓰여서 미소에 답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귀걸이가 빙빙 돌기 시작하면 축제 때의 큰 관람차를 탄 것처럼 빙빙 돌고 현기증이 나고 말겠지요.

처음 가보는 펍

아주 오래전 아홉 살이었을 때 할머니와 함께 시골의 펍에 한 번 간 적이 있었지만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단지 펍의 뜰을 둘러본 것뿐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학교에 가서 펍에 가봤다고 자랑을 했었습니다. 물론 마을에 있는 펍에 가 본 경험이 있을 리가 없겠지요. 펍에 들어갔더니 유리 문이 나란히 두 개 있었습니다. 엠마는 왼쪽의 문에 코를 대고 실내를 살펴보았습니다. 물건 사러 갈 때 쇼윈도에 이런 행동을 하던 것이 아홉 살 엠마의 버릇이었는데 이것은 열여덟 살이 된 지금에도 고쳐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눌러서 납작해진 코가 조금 높아졌을 뿐. 또 다른 쪽의 문으로 가자 그 곳에는 '멤버 전용'이라고 쓰여있었습니다. 이제는 열여덟 살이므로 어느 곳에 가더라도, 무엇을 하더라도 괜찮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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